p23. 이 보고서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인근 지역의 변화를 일으키는 사회적이고 물리적인 과정으로 정의된다. 1) 강제퇴거 병령을 통한 직접적인 축출, 혹은 임대료 상승률을 임금 상승률보다 크게 높이는 방식을 통한 간접적 축출 등으로부터 야기되는 저소득층 주민의 이주 2) 주거 환경 또는 기타 이에 준하는 물리적 특징의 업그레이드 3) 전통적으로 투자가 없던 지역의 인구 통계학적 특성, 상업적 쉉, 서비스 및 활동의 유형등을 포함한 특성의 전환
p26. 1960년대 후반 후기 산업 사회로 접어들면서 서구의 도시 및 산업 구조는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재편된다. 제조업이 쇠퇴하고 고부가가치 첨단산업, 서비스업이 부상하면서 도시의 주류 구성원이 산업 노동자에서 고소득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화이트칼라로 교체된 것이다.
p27. 그가 주목한 것은 특정 집단의 사회적 특성이나 문화적 취향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본질적 속성, 결정적으로는 자본의 역할"이다.
p29. 젠트리피케이션은 일으키는 집단을 기준으로 개척자/개발자/슈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분류한다.
p31. 대개의 경우, 예술가들이 개척자의 역할을 담당하지만, 거주지를 새롭게 꾸미고자 한 원주민이나 창의적인 젊은 상인 등이 개척자가 되기도 한다.
p32. (광범위한 재개발로인해 발생하는 경우)이를 슈퍼 젠트리피케이션 또는 뉴빌드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한다. 이런 유형의 젠트리피케이션은 주로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발견된다. 그 이유는 서구보다 동아시아 국가의 시민사회가 힘이 약해 세입자 및 영세 상인에 대한 법적 보호망도 취약할 뿐더러, 내몰리는 과정에서 물리적 폭력이 동원되는 일이 자주 일어남에도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별반 갖춰져있지 않기 때문이다.
p34.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거리에는 화려하지만 획일적인 느낌을 주는 대기업 프랜차이즈만 남게되고 지역의 문화적 특색과 다양성은 파괴된다. 도시 연구자들은 이를 문화 백화 현상이라고 부른다.
p36. 그에 따라 이들 도시의 시민들은 부동산 자가 소유에 대한 꿈을 접고 세입자 권리 확보에 힘을 쏟아왔다. 부동산을 소유가 아닌 사용의 문제로 접근하면서 마음 편히 살고, 장사할 수 있는 사회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p42. 또한 당시 우리 정부는 저임금 노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저곡가 정책을 일관되게 밀어붙이고 있었다. 당연히 농가 소득이 줄어들어 다수의 농민들이 영세농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당시 농촌은 낮은 생산력과 소득수준에 비해 너무 많은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애초부터 적은 땅과 소출에 비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이에 더해 곡물 가격조차 낮아 농촌에 남아있어서는 먹고 살길이 막막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일자리가 많아 보이는 도시, 특히 서울로 '무작정 상경' 했다.
p54. 이처럼 20세기의 서울은 끊임없이 정부 주도의 뉴빌드 젠트리피케이션을 반복하면서 메트로폴리스로 성장해갔다.
p56. 우리나라가 세계경제구조에 깊숙이 편입된 것처럼, 서울도 사스키아사센이 말한 글로벌 도시 네트워크에 포함된 것이다.
p59. 이와 같은 강북 재개발 사업은 서울의 역사에서 닐 스미스의 지대격차이론이 처음으로 온전하게 수현된 사례로 이해할 수 있다.
p62. 원주민 재정착률이 이처럼 낮게 나온 것은 신규로 공급되는 주택이 중대형 평수였기 때문이다. 수익성 확보를 우선시한 결과다.
p65. OECD 통계를 살펴보면, 제조업 기반이 취약하거나 복지제도가 빈약한 나라들일 수록 전체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69. 영구 경제학자인 파커와 롭슨이 2004년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1972~96년 사이 OECD 회원국의 자영업 비율 증감 통계를 분석한 후, 개인 소득 세율이 오를 수록, 실업 급여 소득 대체율이 낮아질수록 자영업자 비율이 높아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p77. 일부 대기업이 진입하면 상권의 문화적 특색이 사라지면서 다른 지역 상권에 대한 경쟁력을 잃지만, 이들은 관심이 없다. 신경쓰는 것은 오직 '내 건물'의 매매가다.
p88. 음악인들은 홍대 앞으로, 연극인들은 대학로, 패션디자이너들은 서촌이나 가로수길로 옮겨갔다. 그리고 이들을 대신해 대기업 프랜차이즈나 쇼핑몰이 들어왔다. 신촌과 이대 앞의 공간적 정체성과 매력을 구성했던 문화적 특색이 사라지자 유동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며, 상권이 쇠티ㅗ했다. 이 지역을 관통하는 지하철 2호선이 폐쇄된 것도 아니고, 시내 외버스의 운행 빈도가 줄어든 것도 아니다. 연세대, 이대 성강대가 다른 곳으로 옮겨간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수십년 세월을 버텨내던 상권이 허망하게 무너졌다. 그제야 사람들은 이곳 상권을 번영하게 했던 원동력이 교통편이나 상업용 빌딩, 교육기관이 아니라, 사람과 문화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p93. 이로인해 성동구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동네로 남아있게 된다. 땅값/집값이 싸면서도 일자리가 풍부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p108. 도시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말이 부각되는 이유느 ㄴ무엇일까? 아마도 선후 관계가 바뀌었기 때문일 것이다. 20세기에는 국가가 발전해야 도시가 번영했다면 21세기에는 도시가 발전해야 국가가 번영할 수 있게 되었다. ... 글로벌 도시네트워크의 주역은 자본과 노동, 재화와 서비스의 이동을 매개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p110. 기업이 있는 곳으로 사람이 이동하던 전통적 산업 시대와 달리, 창조경제 시대에는 사람이 풍부한 곳으로 기업이 이동한다.
p111. '제인 제이콥스'/ 특히 그녀는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처방으로 다양성을 제시하며 도시가 소규모 블록으로 구성되어야하며, 그 블록 내부에 오래된 건물을 비롯해 각기 다른 기능을 가진 여러 건물이 촘촘하게 뒤섞여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에 따르면 새로운 아이디어는 오래된 도심에서 나온다.
p114. (서울의 도시 평가) 관용 부문은 사회문화적 다양성, 다문화주의 소수자 인권 보호, 문화예술 활동의 활성화 등을 기준으로 하는 지표다. 어떤 지역에 성적 소수자와 예술가들이 많이 모여 있는지를 계량화해서 점수를 매겨 지역의 사회적 개방성/포용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평가하는 것인데, 이 지수가 높은 지역일수록 창조적 인재들이 많이 모여들어 지역 경제가 발전한다는 것이 플로리다의 주장이다.
p119. 미국의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넘 교수가 '나홀로 볼링' 에서 우려하며 예견했던 사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와 유대감이 파괴되고 모든 사람이 고립된 개인으로 살아가는 상태가 도래하는 것이다.
p123. 김근배 교수는 자신의 저서 '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에서 그가 추구한 시장의 자유는 '정부와 상인이 결탁한 독점 체제에 대한 자유' 였고, '갑의 횡포를 없애 을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고 한 것'으로 경제적 약자의 자유를 말한 것이지 경제적 강자를 위한 자유를 말한 것은 아니었다' 라고 주장한다. ...애덤 스미스는 "무엇보다 불평등의 양극화 해소를 자유주의의 전제"라고 보았다.
p125. 지금 누구도 시어도어 루스벨트를 사회주의자나 자유 시장 경제의 반대자라고 공격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반독점 정책은 미국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했고, 이를 통해 창의와 혁신의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고 국민의 노동 의욕을 자극해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p126. 영업권이란 개념이 있다. 상가건물의 시장가치는 이를 건축하거나 매입한 건물주의 소유권을 통해 최초로 경헝된다. 하지만, 이것의 가치 보존과 상승은 이 건물을 사용해 영업 행위를 한 상가 세입자에 의해 좌우된다. 상가 세입자가 열심히 일해 장사가 잘되면 건물의 시장 가치가 오르고, 그렇지 않으면 떨어진다.
p138.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은 상권을 일구기 위해 예술가들과 창의적 상인들이 흘린 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되찾아 주고자 추진되는 정책이다. 이는 결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온정적 동기에서 추진되는 정책도 아니며 자본주의를 넘어서려는 정책도 아니다. 일부 투기 세력의 독점욕과 탐욕 때문에 왜곡되어있는 경제와 사회를 치유하고 그 역동성을 회복해 진정한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실현해 보자는 취지에서 추진되는 정책이다.
p140. 다상 정약용은 지방관으로 고을에 부임할 때마다 관청에서 보관중인 저울과 자를 검사했다고 한다. 세금 거두는 아전들이 저울의 눈금과 자의 치수를 조작해 부정부패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 통일된 규격으로 다시 제작해 쓰게 해야한다고 적고 있다.
p141. 샌델은 이와 같은 재화 배분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복지의 근대화, 자유의 존중, 좋은 삶을 가능케하는 미덕 등이다. 이 가운데 샌델은 복지의 극대화나 자유의 존중보다는 미덕을 중시하는 입장에 서있다.
p145.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문화 및 치안 수준이 향상된다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문화 백화 현상을 일으키는데, 다양성이 문화적 수준을 가늠하는 주요 척도 가운데 하나임을 고려하면, 젠트리피케이션은 도리어 지역의 문화적 수준을 퇴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p146. 젠트리피케이션은 결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가져오는 사회현상일 수 없다. 차라리 최소 소수의 최대 행복일 뿐이다.
p149. 그런데 롤스는 비록 어느정도 임의적 요소에 기대었다고 해도, 이런 사람들의 능력을 사회적 약자들의 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쓰이게 함으로써 불평등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보았다.
p151.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 사물에는 본연의 목적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런 목적성이 잘 발현될 때, 이를 가리켜 '좋다'고 표현한다. 미덕은 사람과 사물이 본연의 목적성을 실현할 수 있게 하는 능력과 기능을 의미한다.
p152. 젠트리피케이션은 단순히 법 제도적 처방으로서만 치유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공공적 성격이 강한 자산인 부동산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과 태도의 전환, 나라와 지역사회의 구성원이기도 한 우리 자신의 미덕에 관한 성찰,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할 공동선에 대한 깨달음 등이 전제되었을 때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정의로운 사회만이 지속가능하게 성장하고 발전한다.
p167. 그런 점에서 사회 혁신가들 및 예술가들과 힘을 합쳐 지역의 문화적 장소성을 재구성하고, 이들을 매개로 지역 주민과 전통 제조업 종사자, 지식 노동자를 포함한 지역 내 창조계층이 상생하는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 가면 성동구와 성수동이 대한민국 최고의 창조 도시로 성장해 가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p170. ..심지어 언론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지역 가운데 하나로 성수동을 꼽고 있었지만, 이는 구체적인 근거에 기반을 두지 않은 직관적인 판단이었다.
p173. 2010년이 되면서, 창업지수가 1.5 이상을 기록하며 창업 지수가 폐업 지수보다 높아지는 가운데 그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성수동 상권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홍대 합성, 서촌, 경리단 길 등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했던 지역은 식음업종에서 한식당이 줄고 카페가 늘어나는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분식과 기타 음식이다. .. 주변 지하철역의 이용객 변화다.
p174. 결국 임대료에 대한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지는 못하고, 차선으로 모든 부동산 가격의 기초가 되는 공시지가 변동률을 분석했다.
p181. 도시계획 수단을 활용해 지역 상권의 황폐화 및 문화 백화 현상을 유발할 수 있는 업체의 진입을 규제할 수 있게 한다. 대형 마트, 대기업 프랜차이즈, 유흥업소 등이 성수동에서 영업하게싿고 구청에 허가 신청을 내면 구청은 상호협력주민협의체에 이에 대한 심의/자문을 요청하고 ..
p188. 구시대적 도시계획 정책으로는 한국 도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이제 도시계획 정책 패러다임을 사람 중심으로 바꿔야한다. 사람들이 낡은 고정관념에 빠져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그런 생각을 신봉해서라기 보다는 세상의 변화에 대한 정보, 새로운 지식과 이이디어를 접하지 못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p189. 어떤 건물이 있느냐가 아니라, 그곳에서 어떤 사람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에 따라 도시의 품격이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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