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_15번째] 잘돼가? 무엇이든-이경미
이경미 영화감독 (겸 배우라고 해도 되려나)의 에세이다.
에세이가 시작된 과정이 흥미로운데, 싸이월드 (아니, 그 싸이월드??) 시절 쓰던 다이어리를 엮어보려는 계획으로 시작해
수년의 기다림 끝에 마무리 된 글들이라고 한다.
다양한 비문들과
친숙하지만 완화된 비속어들이 간간이 보인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삶의 고비 고비마다 어떤 선택으로 어떤 결과를 얻었으나,
그 결과가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 보통의 인생의
생각들을 잘 담아 주셨다고 생각한다.
출장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다가,
끅끅 하고 웃어버려 옆에 탄 외국 분이 나와 맞닿은 그분의 옷자락을 굳이 자기 쪽으로 더 끌어당기는 일도 있었다.
(사람이 끅끅 하고 웃는게 그렇게 웃긴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리곤, 부모님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읽으며
파마해서 머리 뿌리 좀 살리라며 문자를 조심스레 남기는 우리 엄마가 생각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다 사는 것이다.
견디고 도망치다가, 막다른 곳에서는 물구나무라도 서는 심정으로,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것을 다해보지 않았냐고
스스로에게 줄 위안과 웃음을 위해 사는게 아닐까 싶다.
이경미 감독님이 자기를 위해 자기를 데리고 자기를 위안하는 영화를 만들 듯이.
곳곳에 갑자기 쑥 치고 들어오는 문장들이 많았는데, 현재의 가난하고 남의 틀에 나를 끼워넣고 싶지 않은 나에게 남는 문장은
"8년 만에 두 번째 영화를 만들었다. 늘 긴장하고 있다. 내가 좇고 있는 목표가 나를 불행하게 만들면 빨리 그만 두겠다,
수시로 다짐한다." - (그럼에도) "그럼, 돈 버는 일은 중요한 거야."